기억...
기억으로 인해 기쁘기도 슬프기도 한 우리
게다가 나는 연구 주제도 기억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무겁고도 질기게
내게 들러붙어 있는 주제
기억...
요즘은 왜 갑자기 내다버린 물건과
주워오지 못한 물건 생각이
떠나지 않는지...
내가 버린 물건이 어디 한두개일까만은...
얼마전부터 계속 생각나는
쌀뒤주
결혼할때 산건데
사실 쌀통으로 쓰기에는 여러가지로
불편한점이 많아
그냥 장식품 올려놓는 콜솔처럼 쓰다가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을 올려 놓고 썼는데
어느날 갑자기
너무 보기 싫은거...
홧김에 무슨질 한다고...
무작정 내다버리고만 싶은 그 때 마음
남편이라도 말려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내가 속이 뒤집어졌구나 싶어서 그랬는지
"정말"
이렇게 달랑 한마디 하더니
더 이상 암말않고 버려주던...
물건을 내놓기가 무섭게...
남편 엘리베이터도 타기전에
옆라인에 사는 사람이
가져가 버린 그 쌀뒤주
그 땐 친절하게
집에서 철물 장식고리까지
찾아내어 경비아저씨게
드리면서 뒤주 가져간 사람 보시면
전해주라고까지 했던...
그대로 부셔져서 재활용품 수거차에
실려가지 않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쓴다고 생각하니
기뻣던 것인지...
암튼 어느날부터
그걸 왜 버렸는지
계속 생각이나는데....
정말 그 생각 좀 안했으면 하는데도
계속해서 생각이 나니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
또 하나는
원목 플로어스탠드
신혼 때 집들이온 친구들이
필요한 물건 직접 사라며 주고간 돈으로
플로어스탠드와 탁상용 스탠드를 세뜨로 샀는데
탁상용은 몇년 쓰다가 갓을 태워먹어서
몸통은 창고에 넣어두고
플로어스탠드는
이사하고나니
영~ 둘때가 마땅치 않아
베란다에 세워 두다가
역시 어느날 갑자기
베란다가 숨이 막히게
복잡한 느낌이 들어
버리게 된 녀석
고놈도 상태가 아주좋아서
내놓자마자 이번엔 관리사무소 직원이
냅다 들고가버린....
그 아인 또 왜 그리 자주 떠오르는지
나름의 사연과
세월이 묻은 물건을
그렇게 내버리고
이렇게 맨날 생각하는건
주책바가지라서 그런건지...
언젠가 너무 예뻣지만
너무 무거워서
남편과 둘이 들어보려 해도
꿈적도 하지 않아
주워 오기를 포기했던
절구통...
요샌 또 그 절구통도 생각난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 속에
내가 하찮게 여기며
손에 잡았다가
놓아버린 기회와 가능성들
코 앞에 와있는 기회를
기회라 생각하지 못해
그대로 떠나보낸 그 기억들...
그것에 대한
무참할정도의 큰 아쉬움을
차마 드러내지 못하며
속이 터져나가다가...
나는 이렇게
내버린 쌀뒤주로
혹은 플로어 스탠드로
또는 주워오지 못한 절구통으로
비틀어 아쉬움을 드러내는건 아닌지...
나의 기억이
그러한 모든 것을
잊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것 자체를
기쁨이라 생각하기에는
나는 아직 무언가를
잡고 소유하는것에 대한
집착이 훨씬 더 큰가보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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